최근 점점 강해지는 여자바둑
남녀대결의 새로운 균형 필요


이민진 8단은 만36세의 주부기사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며 프로기사 생활을 한다. 2010년 아시안게임 때 국가대표로 출전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지만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이민진은 여자랭킹 17위.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이민진이 안조영 9단, 이성재 9단, 유창혁 9단에 이어 이창호 9단마저 꺾고 ‘숙녀팀’ 우승을 확정지었다.

여자기사 12명과 40세 이상 남자기사 12명이 맞붙는 지지옥션배. 일명 신사 대 숙녀의 대결. 여기서 신사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45세의 이창호에게 백을 쥐고 반집을 이겼다. 7월에 시작된 대회는 지난 6일 이렇게 끝났다. 이 장면을 TV로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이창호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기사였다. 시대를 통틀어 사상 최강의 기사가 누구냐고 물을 때도 답은 역시 ‘이창호’였다. 수많은 신수를 만들어낸 전성기의 이창호는 지금의 AI처럼 인간 고수들과 다른 느낌의 바둑을 구사했다. 실수를 하거나 바둑을 지면 오히려 박수를 받기도 했던 이창호, AI처럼 완벽한 계산능력을 지녔던 그에겐 ‘신산(神算)’이란 별호가 따라붙었다.

그 이창호가 이민진에게 패배하는 모습, 그것도 끝내기에서 역전당해 반집을 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만 눈을 감았다. 누구나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게 승부세계인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승부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마치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듯 내 가슴을 두드린다. 이민진은 놀랍다. 전투적인 바둑을 구사하는 그는 전부터 단체전에 특히 강했다. 모종의 책임감이 그녀의 강철 심장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한편으로 세월은 역시 무적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짠해진다. 이창호를 향한 자연의 섭리는 비정하면서도 오묘하다.

이민진은 직전엔 유창혁(54)을 쓰러뜨렸고 그 앞에선 좀 더 젊은 이성재(43)와 안조영(44)을 꺾었다. 주부기사의 폭풍 질주 앞에 전설들이 추풍낙엽이 됐다. 그 결과 숙녀 팀은 최정(24), 오유진(22), 김채영(24)으로 이어지는 랭킹 1~3위가 출전하지도 않고 우승컵을 가져갔다. 최정 9단과 이창호의 대결이 보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번 대회까지 숙녀팀은 8번, 신사팀은 6번 우승했다. 겉으론 별 차이가 없다. 한데 여자바둑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노벨상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여성 학자들이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바둑에서도 여자가 핸디캡 없이 남자를 꺾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남자 최강인 신진서, 박정환은 아직 저 높은 곳에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신사와 숙녀의 대결이 숙녀의 일방적 우세로 끝나면서 ‘균형’이 생명인 지지옥션배는 장고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처음 신사는 ‘45세 이후’만 출전자격이 있었는데 신사팀의 전력이 달리자 ‘40세’로 전격 낮췄다. 이창호를 조기 투입하여 균형을 잡으려는 의도였다.

올해는 박지연 5단이 5연승 하면서 초반부터 숙녀팀이 앞서나갔다. 안조영이 5연승 하며 균형이 잡히는 듯했으나 이민진이 등장하며 판이 끝나버렸다. 지지옥션배는 대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2억5천만원) 팬이 많다. 프로기사들도 승부욕을 강하게 느끼는 대회다. 그러나 한쪽으로 너무 기울면 재미가 반감된다. 이 대회를 자식만큼이나 아끼는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은 몇 년 전 ‘신사팀을 40세로 낮추고 이창호를 등판시킨다’는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다. 그러나 전설 이창호의 효능조차도 계속 이어질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여자바둑은 점점 강해지는데 40세 언저리의 남자 프로기사 중엔 특별한 강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지지옥션배가 들고나올 카드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동아닷컴]

개그맨 이상준이 소개팅녀를 보고 호감을 잔뜩 표시했다.

13일 방송된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에서는 이상준 소개팅을 시켜주는 홍현희-제이쓴 부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상준은 소개팅녀 이단비를 소개 받았다. 이상준은 이단비를 보자마자 화색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상준의 소개팅녀 이단비는 “실물이 더 멋있으시다”라고 칭찬을 건넸다. 이상준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이상준은 홍현희의 음료주문에 “오렌지 주스 가득 채워 달라”고 말했다. 홍현희가 이상준에게 소개팅 전에 마음에 안 들면 사과주스, 마음에 들면 오렌지주스를 선택하라고 했기 때문.

이상준은 홍현희에게 “오렌지 주스를 가득 채워달라”고 말했다.

이단비를 보며 긴장한 이상준은 아무 말 하지 못했고 이단비는 “생각보다 진중하신 것 같다”라고 하자 이상준은 이상형을 물어봤다. 이단비는 “재미있으신 분들이 좋다”라고 말했고 이상준은 개그를 선보였다.

이상준의 모습에 이단비는 웃음이 끊기지 않았고 이상준은 “웃는 모습이 예쁘시다”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대우조선해양 12일 유럽지역에서 LNG선 수주 성공
같은 프로젝트에서 삼성重도 수주 기대..모잠비크발 수주도 관심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LNG선이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고 있다. © News1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LNG선이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한국 조선사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수주 소식으로 하반기 ‘릴레이 수주’ 기대감에 들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한국 조선업이 ‘초격차’ 경쟁력을 자랑하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에 성공하면서 타 LNG 프로젝트에서도 한국 조선소의 수주 소식이 들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한 LNG선 6척은 쇄빙 LNG운반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쇄빙 LNG운반선은 극지의 얼음을 깨면서 LNG를 운반하는 선박으로 일반 LNG선박보다 가격이 50%이상 높아 수주 시 조선사의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는 상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밝힌 이번 LNG선의 1척당 가격은 3379억원으로 17만4000㎥급 LNG선의 2137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비싸다. 대우조선해양은 6척을 총액 2조274억원에 수주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대우조선해양이 정확한 선주와 선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격과 수주시기로 유추해 보면 이번 LNG선은 러시아 LNG프로젝트인 아틱LNG2 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노바텍(novatek)은 아틱LNG2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척 이상의 LNG선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프로젝트에서 러시아 현지 조선사인 즈베즈다 조선소와 함께 5척의 쇄빙 LNG선을 수주했는데, 10척의 추가 쇄빙 LNG선 수주 소식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모잠비크 LNG프로젝트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의 LNG선 수주 소식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헌·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모잠비크발 LNG선도 조만간 발주를 기대하는데 한국조선해양이 9척, 삼성중공업이 8척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수주 소식은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업황 전반에 모두 긍정적”이라며 “대형 LNG프로젝트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에너지 수요 우려, 낮은 유가, 대형 LNG프로젝트 발주 지연 등으로 시장의 우려가 존재했지만 이번 발주는 여전히 천연가스 시장에 대한 전망과 개발 수요가 견고함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의 러시아와 모잠비크발 LNG선 수주 소식은 업계에서 예전부터 나온 이야기라서 조만간 수주 소식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조선업황이 코로나19로 좋지 않지만 LNG선에서 수주 릴레이가 시작된다면 조선사는 상반기보다는 나은 실적을 하반기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 시베리아 기단(Gydan)반도에 위치한 아틱 LNG2 가스전.(삼성중공업 제공)© 뉴스1
북 시베리아 기단(Gydan)반도에 위치한 아틱 LNG2 가스전.(삼성중공업 제공)© 뉴스1

dkim@news1.kr

사진=대한산악연맹 제공
사진=대한산악연맹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오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2020 체육발전 유공자 포상 전수식 및 제58회 대한민국체육상 시상식에서 산악인 3명에게 체육훈장을 수훈한다.

대한산악연맹은 13일 산악인 김미곤 대장이 2020 체육발전 유공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는다고 밝혔다.

김미곤 대장은 각종 고산등반 활동으로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8000미터 이상 14봉 완등 및 산악등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또한 7대륙 최고봉 완등 및 암푸 1봉 세계 초등정,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단독 종단에 성공한 여성 산악인 김영미 씨는 거상장을, 가셔브룸 2봉 등정한 산악인 남상익 씨는 체육포장을 받는다.

청룡장은 5개 등급으로 나뉘는 체육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으로, 체육 발전에 공을 세워 국가 발전 등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정유미, ‘예상을 빗나가서’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배우
남다른 내용과 형식을 겸비한 이경미 감독 만나 ‘훨훨’
남주혁 손 잡고 신선한 퇴마액션-달달 로맨스 선사
문소리-유태오, ‘비밀’을 가진 자들이 주는 재미도 쏠쏠

영화 '더 테이블'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더 테이블’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배우 정유미를 처음 본 건 김종관 감독의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에서다. 어디서 이렇게 깨끗하고 맑게 생긴 배우가 나타났을까, 어쩜 이렇게 감정 표현이 섬세할까, 단숨에 사로잡혔다.

실물 정유미를 처음 본 건 영화 ‘좋지 아니한가’(2007)를 즈음해서다. 그 뒤 ‘차우’(2009) ‘도가니’(2011) 등 다양한 영화의 제작보고회나 시사회에서, 또 ‘부산행’(2016)으로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변에서 그를 보면서 늘 ‘예상을 빗나가서’ 더 사랑스럽고 특별한 배우라는 생각이 짙어갔다. 스타 배우로 발돋움한 뒤에도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자연스레 오가며 경계를 괘의치 않는 모습도 세간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간 모습이었다.

영화 '좋지 아니한가'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제공
영화 ‘좋지 아니한가’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제공

배우 정유미의 예상을 빗나가는 첫 번째는 화면보다 아름다운 얼굴이다. 화면에서보다 더욱 큰 눈망울, 큰 눈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오뚝한 콧날, 차도르를 차고 자란 것도 아닐 텐데 쇄골에서 쑥 솟아난 것만 같은 기다란 목, 비현실적으로 하얀 피부.

바로 그 얼굴이 바로 또 예상을 벗어나는 두 번째 포인트다. 정유미를 염두에 두지 않고 위의 설명 문구만으로 상상하면 화려하게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른다. 하지만 눈을 뜨고 정유미의 얼굴을 보면 아름다운 건 같은데 화려하지 않고, 인형 같은 외모임에는 분명한데 맑은 감수성이 깃들어 있다.

영화 '맨홀' 제작보고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맨홀’ 제작보고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예상을 빗나가는 세 번째 포인트는 언변이다. 똘망똘망 빛나는 눈망울로 말로 야무지게 잘할 것 같은데 정유미는 데뷔 초반부터 말에 서툴렀다. 몇 번을 보다 보니 이유가 보였다. 정유미는 시사회에서든 시상식에서든 ‘의견’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표현했다. 언론 관련 행사 때 질문이 가면 어쩔 줄 몰라 하며 금세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이 시작되기까지 뜸이 길었고, 겨우 한다는 몇 마디가 “저보다는 옆에 계시는 분이 잘하셨어요” “다 감독님 덕이에요” “영화 예쁘게 봐 주세요” 정도의 단마디였다. 2006년 청룡영화상에서 ‘가족의 탄생’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을 때도 수상 소감을 남긴 게 아니라 전혀 예상을 못 한 듯 당황해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수상의 기쁨을 표출했다.파워볼분석

정유미의 이러한 표현 방식은 배우로서 연기할 때와 똑같다. 배우 정유미는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해석, 작품이 표방하는 메시지의 주장을 연기하지 않는다. 작품과 캐릭터가 지닌 진심을 ‘누수 없이’, 아니 더욱 풍부하고 섬세하게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런 배우를 만나면 관객은 행복하다. 그 진심을 진심으로 전해 나의 진심을 공명하게 해주는 배우, 흔치 않다.

영화 '그녀들의 방'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그녀들의 방’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에도 예상을 벗어나는 포인트가 있다. 요즘에는 일상에서 말하듯 ‘공기 반 소리 반’ 연기하는 배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또렷이 발음하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소리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정유미가 상업 장편영화에 등장했던 초반, ‘사랑니’ ‘가족의 탄생’ ‘좋지 아니한가’에서 정유미를 볼 때 그 신선함에 짜릿했다. 예쁜 척 없는 표정도 신선했지만, 발화나 움직임이 더욱 그랬다. 마치 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일상에서 움직이고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말했고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짜인 동선을 따르는데 자연스러워 보이게, 능숙하고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게 아니라 정말 자유로워 보였다. 모노드라마도 아니고, 주연도 아닌데 저럴 수가 있나. 주눅 들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신예의 모습에 쾌감이 느껴졌다. 일견 영화 ‘넘버3’에서 “아니 불, 땀 한, 무리 당, 불한당”을 역설하던 송강호를 볼 때의 쾌감과 비슷했다. 방금 이 순간 세팅된 이 상황에 맞춰 즉흥연기를 한 듯한 신선도 있는 연기, 그것이 철저히 준비된 것이든 본능에 의한 것이든 관객은 즐겁다.

사실 걱정도 했다. 욕심 많은 관객으로서 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배우를 오래 보고 싶은데 기존에 보아오던 연기 스타일도 아니고, 어떻게든 멋진 말들로 자신을 포장할 줄도 모르니 충분히 배우 정유미를 보여 줄 기회가 없을까 봐 절로 걱정이 싹텄다. 다를 뿐인데 틀린 것으로 오해받을까 봐, 예상을 벗어난 지점들이 ‘4차원’으로 폄하될까 봐 염려했다. 기우였다, 그것도 아주 바보 같은. 대중도, 대중문화 창작자들도 매서운 눈을 가졌고 전문가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정유미는 누구보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다. 2016년 ‘부산행’으로 칸에 다녀오고 천만 배우가 된 이후 무엇을 해도 박수받고 있다. 영화 ‘염력’(2018)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있어도 처음으로 후안무치의 악인을 표현한 정유미의 연기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노희경 작가와 만난 드라마 ‘라이브’(2018)도 ‘연애의 발견’(2014)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 갈증을 풀어 줬다. 시즌2까지 내처 달린 ‘윤식당’, 지난 9월 말 종영한 ‘여름방학’까지 예능을 해도 시청자 눈에서 하트가 솟는다.

그래도 배우 정유미가 빛나는 곳은 스크린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2019)은 정유미 외에 어떠한 대안도 없는 배역이고 작품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이고 현실이지만 꺼내기 불편해하는 ‘여성으로서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어려움’에 관한 얘기다. 여성의 눈으로 보면 지나치게 주의, 주장 내세우지 않고 한 편의 영화로서 문화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지나치게 여자 입장만 내세우고, 남자를 죄인으로 몬 것으로 비출 수도 있다. 민감할 수 있으나 꼭 필요한 얘기에 정유미가 나섰고, 배우 정유미의 가장 큰 재능 ‘진심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연기’로 여성만의 얘기가 아닌 사회적 약자에 관한 화두를 우리에게 전했다. 82년생 김지영이 겪은 모든 일은 아니어도 적어도 한둘 이상은 직접 겪었던 숱한 김지영들과 그의 연인과 친구, 가족이 함께 울었다.네임드파워볼

'보건교사 안은영'의 광선검 ⓒ넷플릭스 제공
‘보건교사 안은영’의 광선검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정유미는 한 편의 영화를 혼자 이끌 힘이 있음을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입증했고, 민낯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이후 다시 한번 타이틀롤을 맡아 배우로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절정의 맛을 보여 주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에서 한 번 더 깊어지지 않고 가볍게 날아서 반갑고, 배우 정유미 특유의 남과 다른 특별함 그대로를 발산하는 캐릭터라 보기에도 즐겁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정유미는 크고 작은 또 좋고 나쁜 의식의 덩어리인 젤리가 보이고 이를 제거하거나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안은영으로 등장한다. 어려서는 귀신이 보여 괴로웠지만, 이제는 타고난 재능으로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고 해낼 수 있는 일을 해내며 살고 있다. 남과 다른 생각과 표현력을 지닌 기발한 감독 이경미의 연출작답게 이야기의 발상과 구성, 표현법이 매우 이채로운데 그래서 더욱 배우 정유미에게 안성맞춤이다.

"나는야 보건교사다" ⓒ넷플릭스 제공
“나는야 보건교사다” ⓒ넷플릭스 제공

한문 선생 홍인표의 할아버지가 창립한 목련고등학교의 보건교사 안은영. 젤리와 보이지 않는 악의 무리로부터 학생들을 지켜내는 힘겨운 미션을 수행하는 안은영에게 주어진 무기는 플라스틱 광선검과 비비탄 총뿐이다.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땐, 정말 고약한 상대를 만났을 땐 욕도 한다. 정유미는 천연덕스럽게 광선검을 휘두르고 욕도 툭툭 뱉는데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귀엽기 그지없다. 심폐소생 실습용 사람모형을 등에 지고 교실에서 교실로 이동하는 모습, 옴 젤리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다가 도저히 못 삼키겠는지 혀를 쑥 내미는 모습, 피도 아니고 김칫국물 흘리며 김치 보쌈을 ‘볼이 터져라’ 우적거리는 모습, 손톱에 봉숭아물 들이겠다고 절구에 꽝꽝 찧는 모습, 배우 정유미가 아니면 누가 이 생경한 풍경과 평범한 일상을 이토록 실감 나고도 사랑스럽게 연기하겠는가.

정유미는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다양한 장르를 연기한다. 젤리 퇴치 초능력자로서는 ‘퇴마 액션’, 보호막을 타고난 남주혁(홍인표 역)의 손을 잡고 좋은 기운 충전할 때면 ‘멜로’, 또 다른 초능력자 문소리(화수 언니 역)와 주거니 받거니 랩 배틀 하듯 대사할 때면 ‘블랙코미디’, 어느 장면 어느 장르에 갖다 놓아도 척척 소화한다. 목련고등학교에는 정말이지 연기 잘하는 배우가 나오고 또 나오는데 캐스팅 잘하고 디렉팅 잘한 이경미 감독의 몫이 크지만, 문소리와 정유미 같은 좋은 선배들이 조성하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좀 달라도 괜찮아" ⓒ넷플릭스 제공
“좀 달라도 괜찮아” ⓒ넷플릭스 제공

‘보건교사’는 3가지가 딱 맞아 떨어진 드라마다. 남과 다른 특성이나 사연을 지닌 사람은 결코 해롭거나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판타지 형식을 빌려 전하는데, 이를 연출하는 사람이 남다른 사고와 스타일을 지닌 이경미 감독이고, 주연이 4차원 세계에서 온 듯 특별한 매력과 자유 연기법을 보여 주는 배우 정유미다. 장차 빌런으로 더욱 커질 영어 원어민 교사 매켄지 역의 유태오 역시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 미국에서 공부하고 동남아, 러시아를 거쳐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남다른 성장사와 이력의 소유자다.엔트리파워볼

얼마나 기막힌 조합인가. 남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특성과 매력을 십분 살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공평함의 중요성을 남다른 방식으로 알리고 있고, 그 중심에 배우 정유미가 있다. ‘킹덤’에 이어 세계에 한국 드라마를 알릴 ‘보건교사 안은영’,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마음으로 ‘시즌2’를 기다린다. 평소 자신의 속을 채운 내용이나 겉으로 드러난 형식이 개성 넘쳐서, 독특해서, 좀 튀어서 마음고생 했던 이들에게 특별한 위로를 주는 드라마, 그런 안은영을 아직 못 만났다면 놓치지 말자.

데일리안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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